밑줄 긋는 여자/Miscellaneous
스며 드는 것 - 안도현
아무도 모른다
2017. 10. 11. 15:01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가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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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간장게장을 꼽을 때마다,
누군가가 간장게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시.
읽을 때마다
눈가에 힘을 주어 읽어내어야 하는 시.
간장게장이 더이상 나에게
못먹는 음식이 아니라,
안먹는 음식이 되게 해준,
읽을 때마다 가슴 먹먹한,
어미의 마음을 담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