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가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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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간장게장을 꼽을 때마다,

누군가가 간장게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시.

읽을 때마다 

눈가에 힘을 주어 읽어내어야 하는 시.


간장게장이 더이상 나에게

못먹는 음식이 아니라,

안먹는 음식이 되게 해준,


읽을 때마다 가슴 먹먹한,

어미의 마음을 담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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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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