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사랑과 시작하는 사랑, 그 사이의 이야기를
과하지 않은 감성으로,
일상에 녹여 잔잔하게 풀어낸,
내가 좋아하는,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
강하고 임팩트있는 역할만 맡아온 소지섭이 그려낸,
그간 못보던 모습의 일상간지.
역설적으로 그게 소지섭이어서 가끔 어색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싶은 마음이 전해져, 많이 반가웠더랬다.
주인공 남녀 그 누구도,
자신의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서로의 감정을 배려하며,
넘치지 않게,
약간은 모자란 듯
다가가는 듯한 그 모습이,
더 설레고,
더 예뻐보였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젤 맘에 들었던 건,
출판사 사장님
영호 형님.
귀여우십니다,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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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쉽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기도 정말 쉽다.
근데 나는 왜 혼자일까.
사랑하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해주는 것이 쉽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힘들어 한다는 것은
이제 그 고통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시라.
정면으로 상처를 마주해야
그 상처를 치유할 결심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미 다 끝난 사랑을 놓지 못하고 있다면,
새로운 사랑은 시작할 수가 없지요.
아니야, 난 너를 반드시 되찾을 거야-가 아니라
그래 너는 너 떠난 곳에서 반짝반짝 잘 살아라.
나는 여기서 좀 울어야 되겠다.
철저히 혼자일 때,
처절하게 외로워졌을 때,
바로 그럴 때,
새로운 사랑이 저 멀리 어디쯤에서
우리를 향해 한발자국씩 걸어올 겁니다.
어둠이 보고 싶어 불을 켰더니
어둠이 사라졌다.
외롭고 싶지 않아 붙잡았더니,
세상 가장 외로워졌다.
핑계는 호스텔의 담요같다.
처음엔 찜찜하지만
추워지면 그 담요를 목끝까지 끌어당겨 덮는다.
합리화는 밤마다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다니는 떠돌이 고양이 같다.
처음엔 낯설지만
한두번 밥을 주고,
서너번 만져주고 나면,
정이 들어 헤어질 수 없다.
모두 비웠으니,
곧 채워지리라.
사랑이라는 기적,
필요한 것은 약간의 미친 용기, 그것 뿐.
사랑을 해봐야 몇 번이나 하겠어.
잠깐 눈맞고 불장난 하고 그런 거 사랑이라고 하지도 않잖아.
성질 나쁜 놈이라도, 못생긴 놈이라도
내가 사랑을 할 수 있었으면 고마운 일이지.
근데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해줬다- 그건 더 고마운 일이고.
하루는 좋다고 웃고,
하루는 밉다고 울고,
참 그 때가 얼마나 귀하고 좋은 날들이었는지,
나도 몰랐지.
그랬다.
사랑이 흩어지는 이유는 수천가지.
그 중 한가지 이유로 우리는 연인이 되지 못했지만,
사랑해? 내가 물었고
사랑해- 대답했으니
그걸로 됐다.
사람 마음은 나이 먹는다고 똑똑해지는게 아니니까.
자기를 미워하지 말라고.
길가다 공연 포스터 볼 때,
커피 엎지르는 사람 볼 때,
약국에 진열된 감기약을 볼 때,
나란히 스쿠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볼 때,
충전되고 있는 전화기 빨간 불빛을 볼 때,
그 때마다 생각날 것 같아요.
만약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나는 아마 너무 좋아서 막 숨이 찰 거예요
하지만 그러지 못해도 괜찮아요.
행복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행복한 기억은 사는 동안 받을 수 있는 제일 고마운 선물이니까요.
고마워요.
그 고마운 위로들에도 내가 웃을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던 건,
혜주가 아니라
내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차마 들어주기 힘든 노래처럼
지긋지긋한 과제처럼
끝이 나야 칭찬을 받는
혜주와 나 사이에 머물렀던
그 사랑에게 미안해서.
그 사랑,
다음엔 더 좋은 곳에서 태어나기를.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당신이 좋다-말할 수 있는
그런 곳에서.
[남]
나는 재미없는 거 좋아해요.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는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가 만나서
싸우지도 않고
오해도 안하고
아프지도 않고
그렇게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거,
[여]
진짜 재미없겠다.
그런 걸 누가 봐요?
[남]
우리가.
[여]
우리?
그 말 좋다.
우리.
[남]
우리,
이제 뭐할까요?